30세 내집 마련기, 전세 탈출기 [1/?] - 매수자 우세 확인

30세 내 집 마련기, 전세 탈출기 [1/?] - 매수자 우세 확인

3월 넷째 주에 있었던 일

3월 20일(월) - 시작

 덮어놓고 걱정만 하는 남편(본인)과 달리, 아내는 행동부터 하고 보는 편 입니다. 더이상 미룰 핑계가 모두 사라지자 바로 행동에 나섰습니다. 지금 전세집을 찾아준 중계인에게, 문자로 연락을 보냅니다. 중개인이 물건을 알아보겠다 하고 4월 1일에 만나자 약속을 잡았습니다.
 
 중개인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임대인에게 1초라도 빨리 알리는게, 확실한 날짜를 받는데 더 유익한 일이기에, 불편한 마음을 이겨내며 저도 임대인에게 중도해지를 희망한다고 희망하는 기간과 함께 문자를 보냅니다. 지금 임대인은 의사결정을 임대인의 어머니께 일임한다는 것을 익히 알기에, 빠른 응답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어머니의 재산인...) 임대인 측에서 직접 매물을 내놓겠다는 간단한 답변을 받기 위해 22일 수요일 까지 기다렸습니다.

3월 23일(목) - 예비군 훈련

 뜬금 없이 예비군 훈련이 왜 나오냐 싶지만, 이 날은 제가 예비군 5년차 상반기 작계를 해야 했던 날이었습니다. 작계는 사실 움직이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긴 것 같습니다. 임대인의 긍정적인 답변도 얻었겠고 할짓도 없거니와, 중개인만 믿고 기다리기도 불안해서 부동산 앱을 정말 열심히 뒤졌습니다. 필터를 열심히 매 만지고, 3가지 앱을 바꿔가며 이리 저리 움직여 보던 중, 지금 사는 집 인근 단지에  세 없고, 이미 비어있는 완벽한 '빈 집' 을 발견 합니다. 살짝 예산 초과긴 한데, 불가능 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거다 싶어서 아내에게 의견을 물으니, 행동이 빠른 아내는 바로 중개인에게 약속 잡아 줄 수 있냐고 요청을 보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 그리고 집에서 몇 걸음 안되는 거리라서, 훈련 끝나서 아직 다른 사람들 퇴근은 하지 않았을 오후 5시에 단지 내 주차 문제는 없는지 보러 갔습니다. 지금 사는 집보단 양호한 것 같습니다.

 확실히 하기 위해 밤 10시에 아내와 함께 한번 더 둘러보러 갔습니다. 이 시간이면 지금 사는 집은 주차 자리를 찾을 수 없는 시간이라 반드시 이중 주차를 해야만 하는 시간 입니다. 매물이 있는 단지에서는 2칸 정도 빈자리를 발견했습니다. 표본이 적지만 적어도 지금 보다는 주차 스트레스는 덜 하겠구나 싶어집니다.

3월 24일(금) - 첫번째 집 구경


 학교 선생님인 아내는 6시에 일어나야만 하고, 정해진 출근시간이 딱히 없는 저는 보통 더 자는 편입니다.
그렇게 전날 작계 때문에 과도한 유산소 운동을 한 몸을 쉬느라 평소보다 좀 더 자던 오전 10시 아내가 중개인이 오늘 오후 6시 30분에 매물 구경 할 수 있게 해두었다고 전달 받았습니다. 근무 시간이 좀 짧아지지만 집 구경은 중대사이기 때문에 알겠다고 하고 회사에 다녀 왔습니다. 급매물이라더니 우리 부부의 예산과 시간을 따지지 않고 바로 보여주는게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비어있어서 보여주기 쉽다 해도요.

느낌이 와서 확인해보니, 매물은 최초 3월 8일에 올라왔고, 점점 매물을 올린 부동산 수가 늘어난걸 볼 수 있었습니다.
뭔가 느낌이 온다.

우리 외엔 매수 희망자가 아직 없나? 란 생각을 합니다.

 퇴근 후, 매물 앞에서 3년만에 다시 만난 중개인은 중개인들이 할 법한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우리 부부더러 하나도 안 바뀌었다고 멘트를 하는데, 거기서 부터 중개인은 계약을 빨리 성사시키는 것 만이 목적인 사람이란 것을 명심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3년전에는 평범한 남성의 머리스타일 이었고, 3년간 코로나로 인한 IT 종사자들의 전면 재택근무 시기에 단 한번도 머리를 커트하지 않아서 매우 장발인 상태였습니다. 하나도 안 바뀌었다. 전세 계약 잡아주던 때 기억 한다는 건 다 너스레였을 뿐이란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공동 중개지만, 어째선지 매물 중개인은 나오지 않고, 우리 측 중개인만 나와 있었습니다. 정말 정말 일을 빠르게 진행한 탓이구나로 짐작 합니다.

 매물의 상태는 크게 놀랍진 않은 상태 였습니다. 그 시절에 지어진 아파트가 그럴법한 상태로 있었습니다. 구조, 면적, 상태 들은 마음에 듭니다. 어차피 세세한 사항은 인테리어하면서 덮어버릴겁니다. 중개인은 역시 성남이고 분당이지, 하며 미래 가치를 강조하는 너스레를 떱니다. 동의한다며 적당히 호응해 주었습니다.

 헌데, 우리 부부가 특히 신경쓰는 수전이 잠긴채로 되어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온수만 열려있고 (한동안 안틀어서 찬물이 나오길래 뭔가 했으나 오래 트니까 온수가 나왔습니다..) 냉수가 아예 잠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압' 에 대한걸 확인 할 수 없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하니, 매물 중개인과 전화 연결로 문의 했고, 하자 없다고 장담한다는 얘기를 합니다. 다만 매도인이 아니라 매물 중개인의 말이라 딱히 신뢰하긴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급매인데, 우리가 급매 매도인이 요구한 3개월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린 아마도 4개월 정도 필요할 것 이다라 하니 "그건 협의하면 된다" 라고 하고... 제일 놀랍고 충격적이게도, 매물 중개인이, '매도인을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다' 라고 답 합니다. 급매인데 이게 가능한건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그런 불안도 있고, 워낙 빠르게 일정을 잡은 만큼 사실 오늘 당장 가계약금을 걸만큼 진지한 상태로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처음 본 집을 그날 바로 결정해버리는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전세집을 정 했을 때의. '여기다' 라는 느낌이 나진 않았습니다.

 우리 중개인에게, 솔직히 여기가 자금의 한계선이며, 현실적으로는 분당선 생활권의 용인 수지구 동천동에 가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하고, 거기라면 여기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좀 더 덜 낡은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는데, 이곳과 비교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중개인이 원하시면 그래도 된다하며 보고 싶은 매물 URL 보내주면 시간을 잡아준다 약속합니다.

 이 시점에 중개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중개인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기대하면 안 되는지 깨닳았습니다. 사적인 인연이 있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의 중개인에게 기대 할 수 있는 것은 기간 한정 '비서' 인 셈 입니다. 중개인들은 '알선' 까지만 해주지 그 이상을 기대 할 수는 없습니다. 만일 지금 임대인이 협조 안하면 어떻게 되는가를 물으니 그러진 않을거라는 낙관론만 제시합니다.

 아무튼 동천동 근처의 매물 한번 보기로 하고, 내일인 토요일은 일대의 공인중개사들이 모두 쉬는 2,4주 토요일이기 때문에 월요일 쯤에 다시 보기로 하고 귀가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은 그날 밤 10시 이전에, 하나 찾아서 URL 을 보냅니다.
아내는 몸이 너무 피곤해서 먼저 잠들고, 저는 금요일 밤 10시 주차 상황을 보기 위해 단지로 향했습니다. 자전거로 15분 거리이고, 거기서 살게 된다면 통근할 때 쓰게될 자전거 이동경로를 눈으로 보기 위함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을 놓치면 주말이라 상황이 다를 것이고, 월요일에 집 보기 전에 주차장 상태를 알 수 없으므로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을거라 생각 했기 때문에 평소답지 않게 바로 행동을 취했습니다. 넓은 단지를 둘러보며 지하 2층 까지 간다면 그래도 10칸 정도 있기 때문에 주차 스트레스는 없을거란걸 확인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만보계 어플에 1만 6천보가 찍혀 있습니다. 지친 몸과 터질듯한 종아리를 느끼며 잠에 들었습니다.

3월 25일(토)1 - 두번째 집 구경

전날 무리한 활동을 했고, 딱히 예정된 일정이 없어서 오전 10시까지 침대에서 빈둥빈둥 대고 있던 차...
(쉬는 날이라 무리라 했던) 중개인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오늘 당장 오후 3시에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때, 매수자 우세 상황이란걸 확신 했습니다. 지금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사람 자체가 엄청 적은 상태가 아니고서야 이렇게 빠르게 물어 줄 리 없습니다. 우리 부부도 빠르게 볼 수 있다면야 그저 감사할 일이기에 바로 3시에 두번째 집을 보러 갑니다. 전날 주차장 상태를 체크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본 곳 보다 6천5백 만원 저렴하다. 매물로 올라왔던 기간은 어제 물건과 비슷함

 약속 시간에 만난 우리 중개인은 으레 그러하듯 너스레부터 떨었고, 어제 역시 성남이고 분당이지, 하며 미래 가치를 운운하던건 어디가고 여기도 집이 새거고 좋은 선택이라며 칭찬부터 늘어놓습니다. 역시 중개인은 빠른 계약 성사가 최우선 목표이지 최선의 계약을 찾아주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공동 중개이고, 이번엔 매물 중개인도 나와있었고, 알고보니 빈집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최소한의 짐만 놓은채 매도인이 집에 계셨습니다. 어제보다 편히 둘러보기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어쨌든 둘러봤습니다. 그리고 어제 집과 저울질 합니다.

 이 집을 선택할 경우, 6천 5백 저렴하고 주차 문제를 아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좀 더 최근 구조라 옷방이 따로 있습니다. 그 대신 좀 더 멀어지는 초등학교, 예상되는 비둘기 피해, 예상되는 민감한 이웃 문제, 건조기를 쌓아서 배치 할 수 없음, 눈에 보이는 곰팡이, 공동묘지 뷰..., 그리고 통근거리 편도 15분 증가... 를 감당 해야 합니다. 어제 본 집이 심야 시간대에 이중 주차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불편은 있지만, 저울에 올릴 수준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6천 5백만원의 대가로 지불하기엔  단점이 더 큰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제 본 집이 마음에 들기 시작합니다.

 우리 중개인에게 여긴 아닌 것 같다는 의사 표현을 하고,  '만약에' 어제 본집 계약하고 싶다면 계약금이 10% 일텐데, 그러면 가계약금 5백 넣고 난 이후 얼마 뒤에 넣는게 일반적이냐 질문 했습니다.

 질문을 한 이유는 일이 이렇게 빠르게 진행될 줄 몰랐기에 계약금 10%를 아직 현금으로  마련해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큰돈은 전세금에, 더 큰돈은 대출에 의존한 계획이고, 나머지 자금의 대부분은 주식을 팔 것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주식을 현금으로 바꾸는 시간이 필요 했습니다. 보통 빨라도 3일이고, 제가 가진 것 중에는 현금화 하는데 30일 걸리는 자산도 있었기 때문에, 이를 먼저 확인 했어야만 했습니다. 만일 시간이 안된다면 저는 청약 통장이라도 깨야 하는데... 사실 청약 통장도 깨도 되는 상태인지 그 '민간 사전 청약 당첨자' 지위 때문에 모호한 상태 였습니다.

중개인 표정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보통 일주일 이내가 관례라 하며, 한 달은 말이 안 되는 조건이라고 했습니다. 특약을 건다 해도 일주일 이내에 반을 내고 나머지를 기간 내에 지급 하겠다는 조건을 걸어야만 가능할텐데... 아무튼 불가능 하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조건이 많은데도 다 됀다 다 들어준다 할 수 있다 라고 하는 걸보니 다른 매수자가 없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이미 급매 치고는 시간이 꽤 지났는데 안 나가는걸 보니 마음이 급한건 매도자지 우리부부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이날은 중개인에게, 현금화 완료 되거나, 보고 싶은 집 한개 더 생기면 연락 드리겠다고 하고 끝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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